발효기사는 ‘묵혀두었다 다시 읽어 봐도 여전히 가치가 있는 기사들을 채집/보관’하는 프로젝트다.(궁금하면 클릭) PEAK15의 ‘기사 냉장고’에 보관되는 첫번째 기사는 거의 10년 동안 발효가 된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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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은 2007년 1월 9일 세상에 처음 공개되었고 이 칼럼은 5개월 후인 2007년 6월 18일에 작성되었다. 칼럼니스트는 Al Ries. 맞다. Jack Trout와 함께 기념비적인 책, [Positioning]을 쓴 그 사람이 맞다.
약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읽게 되는 이 컬럼의 제목은 황당하다. <왜 아이폰은 실패하게 되는가>라니… Al Ries로서는 아이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불킥을 날리게 만드는 칼럼이 아닐까 싶다.
그는 이 칼럼에서 그의 브랜드/마케팅에 대한 신념 또는 기본 로직인 Positioning의 연장선에서 아이폰의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실패를 예언했다. Positioning에는 하나의 戰場(하나의 카테고리)에서 다수의 브랜드가 싸운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Al Ries와 Jack Trout는 이 전제를 부정하려는 시도에 대해 대단히 공격적이다. 하나의 브랜드를 다수의 전장에서 사용하려는 시도(브랜드 확장, 패밀리 브랜드 중심 운영…)는 ‘멸망의 지름길’로 간주한다. 그런 그에게 있어 ‘아이폰’이라는 뭐든 다 되는 혁명적인 convergence device는 태생적으로 위험한 존재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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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이미 확실하게 갈린 상태에서 ‘과거의 틀린 예측’을 비판/공격하는 행위는 교만이자 낭비다. 그렇다면 10년 묵은 기사를 되살려 ‘기사 냉장고’에 보관하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앞으로 냉장고에 보관할 기사에 덧붙일 코멘터리 작성 방향에 대한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첫 발효기사를 고르면서 또 이 짧은 글을 쓰면서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 Al Ries 같은 대가도 틀릴 수 있으며 여러 매체에 실린 대세에 해당하는 이야기도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항상 나의 시각과 생각을 견지한다.
- 내게 익숙한 접근법과 세계관을 심화, 확장시켜주는 기사에만 의존하면 위험하다. 내가 잘 모르는, 익숙하지 않은 세계에 대한 개방성을 견지한다.
- 예측 불가한 경우가 많은 마케팅 영역에서 현재 진행형인 케이스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Al Ries처럼) 하지만 자신의 견해가 존재한다면 이를 밝히는 사람이 진짜 프로페셔널이다. 위 1과 연결해서 독자적인 내 견해가 있다면 과감하게 밝히는 자세를 견지한다. Mistakes make you wi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