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Underliner: 언어의 온도, 이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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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잘 읽히는 에세이다.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는 부제를 가진 이 책에서 언어에 대한 저자의 지대한 관심과 애착을 놓치기란 쉽지가 않다. 여러 단어의 어원이 등장하는 부분이 대표적일 것 같다. 이 부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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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을 뜻하는 May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풍요와 증식의 여신 마이아에서 왔다.
  • 사과를 뜻하는 단어 apology는 ‘그릇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말’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그리스어 ‘apologia’에서 유래했다.
  • 미안함을 의미하는 ‘sorry’는 ‘아픈’ ‘상처’라는 뜻을 지는 ‘sore’에서 유래했다.
  • 달력을 뜻하는 영어 단어 ‘calendar’의 어원은 라틴어 칼렌다리움이다. ‘회계장부’ ‘빚 독촉’ 정도의 의미가 있다. 고대 로마에선 채무자가 매월 초하루에 이자를 갚았다고 한다.
  • ’프로’는 프로페셔널의 준말로, 그 어원적 뿌리는 ‘선언하는 고백’이란 뜻의 라틴어 프로페시오에서 발견할 수 있다.
  • ‘아마추어’는 라틴어 아마토르에서 유래했다. ‘애호가’ ‘좋아서 하는 사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취미 삼아 소일거리로 임하는 사람을 뜻한다.
  • 무지개는 등에서 ‘므지게’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물의 옛말인 ‘믈’과 문을 뜻하는 ‘지게’가 합쳐진 단어다. 말 그대로 ‘물로 만들어진 문’이다.
  • 유머는 라틴어 우메레에서 유래했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유연한 성질을 지닌 물체를 지칭한다.
  • 회사를 뜻하는 단어 컴퍼니는 com(함께)과 pany(라틴어로 빵을 의미)가 결합한 꼴이다.
  • ‘불현듯’이란 말이 ‘불을 켠 듯’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 감정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이모션의 어원은 라틴어 모베레다. ‘움직인다’는 뜻이다. 감정은 멈추어 있지 않고 자세와 자리를 바꿔 가며 매 순간 분주하게 움직인다.
  • 여행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tour’는 ‘순회하다’ ‘돌다’라는 뜻의 라틴어 ‘tornus’에서 유래했다.
  • 리더의 유래와 관련해 몇 가지 설이 있다. 우선 리더에는 전장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선봉에 나가 싸우는 사람, 먼지를 먼저 뒤집어쓰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중세 유럽에선 리더를 ‘외로움’ ‘인내’ 같은 단어와 동의어로 여겼다고 한다. 다른 의견도 있다. 단순히 일행보다 앞장서서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여행하는 사람을 위해 장애물을 허물고 길을 개척하는 지도자, 즉 ‘여행을 이끄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는 것이다… 영어 단어 리더는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장치인 ‘키’를 카리킨다.
‘언어의 온도’를 읽으며 밑줄을 그었던 일부를 타이핑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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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그럴게요. 그런데 할머니, 할머니는 내가 아픈 걸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 ‘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흔히 말하는 ‘썸’이란 것은,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는 ‘확신’과 ‘의심’ 사이의 투쟁이야. 확신과 의심이 밑물과 썰물처럼 교차하는 법이지. 그러다 의심의 농도가 점차 옅어져 확신만 남으면 비로소 사랑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 현실에서도 부재의 존재가 사람 마음을 뒤흔드는 경우를 더러 경험하게 된다.
  • 염치가 사치가 됐다고 할까.
  • 과거 일본에서 사진관이 처음 생길 무렵,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매단 채 한껏 폼을 잡고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종이 달은 가족이나 연인과 보낸 가장 행복한 순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 힘낼 기력조차 없는 사람 입장에선 “기운 내”라는 말처럼 공허한 것도 없다. 정말 힘든 사람에게 분발을 종용하는 건 위로일까, 아니면 강요일까.
  • 찰리 채플린이 그랬던가, 세상사는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그 말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 안내판이 없다는 건 그릇된 길로 들어서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보다는, 애초에 길이 없으므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뜻에 가까울 것이다.
  • “원래 그러니까”를 남발하는 문화와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다. 경험과 준칙을 강조하는 화법에는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전제가 깔리기 마련이고, 그런 심리는 다른 해석과 호기심을 원천 차단한다…. 질문하는 법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인 듯하다. 순응 아니면 체념이다.
  •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순간 우린 살아가는 동력을 얻는다.
  • 어쩌면 프로와 아마추어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인지 모른다고…. 프로처럼 처리해야 하는 일을 아마추어처럼 하면 욕을 먹기 쉽고, 아마추어처럼 즐겨야 하는 일에 프로처럼 목숨을 걸다가는 정말 목숨을 잃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 슬픔은 떨칠 수 없는 그림자다. 목숨을 다해 벗어나려 애써보지만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그저 슬픔의 유효기간이 저마다 다를 뿐. 누군가에게는 잠깐 머물러 있고 누군가에게는 꽤 오래 달라붙어 괴롭힌다.
  • ‘나를 아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을 균형 잡힌 눈으로 볼 수 있고 내 상처를 알아야 남의 상처도 보듬을 수 있으니 말이다.
  • “세월이 흐른 뒤 어렴풋하게 깨달았어요. 아니 겨우 짐작합니다. 길을 잃어봐야 자신만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진짜 길을 잃은 것과 잠시 길을 잊은 것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 ‘앎’은 ‘퇴적’과 ‘침식’을 동시에 당한다.
  • 시작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아니, 때론 훨씬 더 중요하다. 당사자에게 알려지는 것과 당사자에게 알리는 건, 큰 차이가 있다.
  • 어쩌면 어머니란 존재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온 우리에게, 신이 선사하는 첫 번째 기적인지도 모른다.
  • 일부 조류는 비바람이 부는 날을 일부러 골라 둥지를 짓는다고 했다. 바보 같아서가 아니다.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는 튼실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 극지에 사는 이누이트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충분히 멀리 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온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 객실에는 텔레비전이 없는 대신 책이 그득해서 검색이 아닌 사색에 빠지기 좋았다.
  • 여백이 있는 공간을 만들면 신기하게도 그 빈 공간을 다른 무언가가 채우기 마련이다. 반대로 무언가를 가득 채우려 하다가 아무것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를, 나는 정말이지 수도 없이 목격했다.
  • 감정은 비매품이다.
  • 순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우리 몸은 되게 솔직하다. 특히 내장 기관은 솔직하다 못해 뻔뻔하다.
  • 여행은 도시와 시간을 이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내게 가장 아름답고 철학적인 여행은 그렇게 머무는 사이 생겨나는 틈이다. – 폴 발레리
  • 인류의 불행 중 상당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선을 긋는 행위에서 비롯되지 않던가.
  • ‘나’를 향한 질문이 매번 삶의 해법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삶의 후회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어른으로 자라야 한다는 발상은, ‘어른인 사람이 어른이 아닌 사람보다 무조건 우월한 존재’라는 조금은 헐거운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 가능성은 때론 단순한 확률이 아니라,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 사람 보는 ‘눈’이란 건 상대의 단점을 들추는 능력이 아니라 장점을 발견하는 능력이라는 것과, 가능성이란 단어가 종종 믿음의 동의어로 쓰인다는 것
  • 자신과의 싸움보다 자신과 잘 지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밑줄이 좀 많다. 책이 좋았다는 뜻이겠다. 그럼에도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저자는 ‘한글’이라는 표현으로 우리말과 우리의 문자체계(훈민정음, 한글자모)를 합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수정이 필요하다. 한글과 우리말은 명백히 다른 개념이다. 우리말과 한글에 대칭되는 개념은 영어와 알파벳이다. (알파벳을 알아도 영어를 못할 수 있고 영어를 잘해도 알파벳은 모를 수 있다.) 한글날마다 반복되는 ‘집단적인 개념착오’를 말과 글을 다룬 마음에 드는 책에서 발견하게 된 아이러니는…. 수상하고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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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점 하나, 조사 하나로 문장의 결이 달라집니다. 친구를 앞에 두고 “넌 얼굴도 예뻐” 하려다 실수로 “넌 얼굴만 예뻐”라고 말하는 순간,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됩니다.

Author: Official PEAK15

충분한 가치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마케팅과 브랜딩의 문제로 정상에 서지 못하고 있는 기업고객을 위해 Consulting과 Facilitation Service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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