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여성의 날 즈음하여 월스트리트의 황소상과 마주 보는 자리에 설치된 두려움 없는 소녀상(fearless girl statue)은 많이 신선했다.
포지셔닝은 언어적이고 개념적으로 사고되기 쉬운데 소녀상을 황소상 앞에 -글자 그대로- 포지셔닝 시키는 순간 절묘한 맥락과 새로운 의미가 생겨났다. 스마트했다. ‘대항마 포지셔닝’의 완벽한 케이스라고 생각했다. 잊고 지내다가 최근 이 소녀상에 대한 외국기사를 번역한 아래의 글을 읽었다.
진짜로, 이 분 말도 일리가 있다
….표면상으로 봤을 때는, ‘돌진하는 황소’처럼 또 다른 형태의 게릴라 예술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돌진하는 황소’와 달리, ‘용감한 소녀’는 의뢰를 받고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도 개인이 아닌 2조 4천억 달러(약 2,682조 원 – 역주)가 넘는 자금을 가진 투자 펀드인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State Street Global Advisors’라는 곳에서 의뢰한 것이었다. 만만찮은 돈이다. 이 동상은 ‘맥칸 McCann’이라 불리는 국제 홍보대행사의 광고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고,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의 ‘성 다양성 인덱스 Gender Diversity Index’ 펀드가 만들어진 지 1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여 제작된 것이었다. 이 펀드가 나스닥에서 쓰는 티커 심벌(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를 나타내는 상징 문자. 예를 들면, 애플의 티커 심벌은 AAPL – 역주)은 ‘SHE’다. 마지막으로, ‘용감한 소녀’ 아래에 있는 동현판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Know the power of women in leadership. SHE makes a dif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