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Underliner: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homo-underliner_1

내가 으뜸으로 생각하는 ‘좋은 독서 경험’은 글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경우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경험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내게 [82년생 김지영]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좋은 소설이었다. ‘재현 다큐멘터리’같은 특이한 구성의 이 책을 읽는 중간중간 내 머릿속에서는 나의 성차별적 언행을 재현하는 다큐멘터리가 동시에 상영되었다.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젠더 문제에 무지하고 무신경한 상태로 나는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했던가? 책 한 권을 통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인식, 성찰, 가능성을 얻게되는 것은 항상 반가운 일이다.

이 소설에는 여성의 삶에 대한 여러 논문, 신문기사, 백서, 통계가 녹아들어가 있다. 작가가 각주를 통해 출처를 밝히고 있는 대목을 정리해 본다.
.
정부에서 ‘가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펼칠 때였다. 의학적 이유의 임신중절수술이 합법화된 게 이미 10년 전이었고, ‘딸’이라는 게 의학적인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성 감별과 여아 낙택가 공공연했다. 1980년대 내내 이런 분위기가 이어져 성비 불균형의 정점을 찍었던 1990년대 초, 셋째아 이상 출생 성비는 남아가 여아의 두배를 넘었다.
 
당시 보험 아줌마, 야쿠르트 아줌마, 화장품 아줌마처럼 ‘아줌마’라는 이름이 따라붙는 주부 특화 직종들이 붐이었는데, 대부분 회사에 직접 고용되지 않는 형태라 일터에서 분쟁이 생기거나 다쳐도 혼자 끌어안고 해결한다고들 했다.
 
잠깨는 약을 수시로 삼켜 가며 누런 얼굴로 밤낮없이 일해서 받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은 대부분 오빠나 남동생들의 학비로 쓰였다. 아들이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그게 가족 모두의 성공과 행복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딸들은 기꺼이 남자 형제들을 뒷바라지했다.
 
1990년대까지도 한국은 출생 성비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나라였다. 김지영 씨가 태어났던 1982년에는 여아 100명당 106.8명의 남아가 태어났는데, 남아의 비율이 점점 높아져 1990년에는 116.5명이 되었다. 전형적인 출생 성비는 103명에서 107명이다.
 
1999년에는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됐고, 김지영 씨가 스무살이던 2001년에는 여성부가 출범했다.
 
김지영 씨가 졸업하던 2005년, 한 취업 정보 사이트에서 100여 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여성 채용 비율은 29.6퍼센트였다. 겨우 그 수치를 두고도 여풍이 거세다고들 했다. 같은 해 50대 대기업 인사 담당자 설문 조사에서는 ‘비슷한 조건이라면 남성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대답이 44퍼센트였고 ‘여성을 선호한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출산한 여성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은 2003년에 20퍼센트를, 2009년에야 절반을 넘었고, 여전히 열 명 중 네 명은 육아휴직 없이 일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 결혼과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이미 직장을 그만두어 육아휴직 통계 표본에도 들어가지 못한 여성들도 많다. 또 2006년에 10.22퍼센트던 여성 관리자의 비율은 꾸준히 그러나 근소하게 증가해 2014년에 18.37퍼센트가 되었다. 아직 열 명 중 두 명도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착가 가장 큰 나라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남성 임금을 100만 원으로 봤을 때 OECD 평균 여성 임금은 84만 4000원이고 한국의 임금은 63만 3000원이다.
 
결국 호주제는 폐지되었다. 2005년 2월에 호주제가 헌법상의 양성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왔고, 곧 호주제 폐지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개정 민법이 공포되어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제 대한민국에 호적 같은 것은 없고, 사람들은 각자의 등록부를 가지고 잘 살고 있다. 자녀가 반드시 아버지의 성을 이어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혼인신고 할 때 부부가 합의했다면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른 경우는 호주제가 폐지된 2008년 65건을 시작으로 매년 200건 안팎에 불과하다.
 
김지영 씨가 회사를 그만둔 2014년, 대한민국 기혼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결혼, 임신, 출산, 어린 자녀의 육아와 교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출산기 전후로 현저히 낮아지는데, 20-29세 여성의 63.8퍼센트가 경제활동에 참가하다가 30–39세에는 58퍼센트로 하락하고 40대부터 다시 66.7퍼센트로 증가한다.

Author: Official PEAK15

충분한 가치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마케팅과 브랜딩의 문제로 정상에 서지 못하고 있는 기업고객을 위해 Consulting과 Facilitation Service를 제공합니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