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철학은 삶의 무기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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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후배들과 세미나를 하면서 살펴본 사례가 요즘 핫하고 힙하다는 메일 서비스 superhuman이었는데 갑자기 니체가 떠올랐다. 1) 니체의 Übermensch를 영어권에서는 superhuman으로 번역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2) 또한 superhuman의 성공의 핵심 요소가 -역시 니체가 주창한 개념인- 르상티망의 실리콘벨리 버전 창출에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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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덧붙여서…김영민의 텍스트( 『논어』는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 때문에 유명하다기 보다는 유명하다는 사실 때문에 유명한 텍스트가 되고 만 것이다.)를 패러디해서 슈퍼휴먼 현상을 정리해 본다면 슈퍼휴먼은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 때문에 가입하고 싶다기 보다는 가입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때문에 가입하고 싶은 메일 서비스가 되고 만 것이다.

이하의 글은 야마구치 슈의 책, [어떻게 철학은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르상티망 관련 부분을 거의 전부 옮긴 것이다.

타인의 시기심을 관찰하면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

르상티망ressentiment을 여느 철학 입문서에서처럼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 한마디로 시기심 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니체가 제시한 르상티망은 우리가 시기심이라고 여기지 않는 감정과 행동까지도 포함한 조금 더 폭넓은 개념이다.

이솝우화에 「여우와 신 포도」이야기가 있다. 여우가 먹음직스러운 포도를 발견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손이 닿지 않았다. 결국 이 여우는 “이 포도는 엄청 신 게 분명해. 이런 걸 누가 먹겠어!”라며 가버렸다. 이는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사람의 전형적인 반응을 보여 준다. 여우는 손이 닿지 않는 포도에 대한 분한 마음을 ‘저 포도는 엄청 시다’ 라고 생각을 바꿈으로써 해소한다. 니체는 바로 이 점을 문제로 삼아 우리가 갖고 있는 본래의 인식 능력과 판단 능력이 르상티망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개인은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 기준에 예속, 복종한다
–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판단을 뒤바꾼다

이 두 가지 반응 모두 우리가 우리 자신답고 풍요로운 인생을 보내는 데 큰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순서대로 살펴보자.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그 르상티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 가치 기준에 예속하고 복종함으로써 그 감정을 해소하려고 한 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명품 가방을 갖고 있는데 자신만 없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물론 누군가는 명품 가방은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물건이 아니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같은 수준의 명품 가방을 구입함으로써 자신이 품고 있던 르상티망을 해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특별히 명품 가방이나 옷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페라리 같은 고급 자동차나 리처드 밀 같은 명품 시계의 세계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이들 고급 브랜드 상품이 시장에 제공하고 있는 편익을 르상티망의 해소로 볼 수 있다. 르상티망을 품은 개인은 르상티망을 해소하기 위해 상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르상티망을 새로 만들어 내면 낼수록 시장의 규모 또한 커진다. 명품 의류 브랜드나 고급 자동차 회사가 매년 새로운 컬렉션과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는 이유는 르상티망을 꾸준히 만들어 내기 위해서다. 최신 상품을 끊임없이 시장에 내보냄으로써 오래되거나 유행이 지난 물건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르상티망을 주입하는 것이다. 르상티망에는 제조원가가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만 있다면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무한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에 비싼 값을 매기므로 돈을 못 벌 수가 없다. 물건이 넘쳐나 포화 상태임에도 오늘날 명품 시장이 대체로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업계 관계자 들이 극히 교묘하게 르상티망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기 때 문이다.

‘격차’에 관해서는 이 책의 다른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현대인은 유독 ‘평등’에 민감한 감각을 가지고 있어서 약간의 차이에도 르상티망을 품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르상티망은 상징을 구입하는 형태로 해소되는데, 그리하여 명품 브랜드의 판매 실적은 경제 저성장 사회에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그린다.

하지만 당연히 이러한 형태로 르상티망을 계속 해소한다 해도 '자신다운 인생'을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르상티망은 사회적으로 공유된 가치판단에 자신의 가치판단을 예속 또는 종속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 자신이 무언가를 원할 때, 그 욕구가 '진짜' 자신의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타인이 불러일으킨 르상티망에 의해 가동된 것인지를 판별해야 한다. 지금까지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사람이 전형적으로 나타내는 반응, 즉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 기준에 복종하는 일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번에는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판단을 뒤바꾸는 일의 위험성에 관해 고찰해 보자. 니체가 르상티망 문제를 다룬 것도 바로 이 두 번째 반응 때문이었다. 니체에 의하면 르상티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용기와 행동으로 사태를 호전시키려 들지 않기 때문에 르상티망을 발생시키는 근원이 된 가치 기준을 뒤 바꾸거나 정반대의 가치판단을 주장해서 르상티망을 해소하려고 한다.

니체는 대표적인 예로 기독교를 들었다. 니체에 따르면 고대 로마 시대에 로마 제국의 지배 아래에 있던 유대인은 줄곧 빈곤에 허덕였고 부와 권력을 거머쥔 로마인, 즉 지배자를 선망하면서도 증오했다. 하지만 현실을 바꾸기도, 로마인보다 우위에 서기도 어려웠던 그들은 복수를 위해 신을 만들어내 ‘로마인은 풍요로운데 우리는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천국에 갈 수 있는 것은 우리 쪽이다. 부자와 권력자 들은 신에게 미움받고 있어서 천국에 는 갈 수 없다’는 논리를 세웠다. 니체는 신이라는, 로마인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가공의 개념을 창조함으로써 현실 세계의 강자와 약자를 반전시켜 심리적인 복수를 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열등감을 노력이나 도전으로 해소하려 하지 않고 열등감을 느끼는 원천인 ‘강한 타자’를 부정하는 가치관을 끌어내 자신을 긍정하려 한 사고관이다.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도 이런 사고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 갈 필요 없어. 파스타 체인점으로 충분해.” 그저 순수하게 별 뜻 없이 한 말이라 생각 할지 모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 주장에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은 격이 높고 파스타 체인점은 격이 낮다는 가치관을 일부러 뒤집어 보이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애초에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에 편찬된 『미슐랭가이드 도쿄 2018』을 보면 별 세 개나 별 두 개를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실제로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레스토랑마다 분위기와 나오는 요리는 서로 ‘완전히’ 다르다. 당연히 “칸테상스Quintessence는 무척 좋아하지만 로 뷔숑Joel Robuchon은 좀………” 하고 평가하는 게 가능하며, 고급 프랑스 요리라고 일괄적으로 묶어서 좋고 나쁨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 치 않다.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이라고 불리는 가게들은 이미지 세계에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상징에 불과하다. 추상적인 상징과 실제의 레스토랑을 비교해 어느 쪽을 좋아하고 싫어하느냐고 논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처음부터 이러한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왜 누군가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 갈 필요 없어. 파스타 체인점으로 충분해” 같은 공허한 주장을 하는 걸까? 마음속 깊은 곳에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은 격조 높은 음식점이며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세련된 취미와 미각을 갖고 있다는 일반적인 가치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해서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다는 가치판단을 뒤엎고 싶다는 르상티망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은 허황된 가치관에 물들어 있지 않으며 시대를 앞서가는 쿨한 사람 이라고 도취되어 있을 확률이 큰데, 만약 그렇다면 솔직하게 “나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는 별로 가 본 적이 없지만 파스타 체인점도 아주 맛있어” 라고 하면 될 것이고, 더 나아가 단순히 “나는 파스타 체인점을 좋아해”라고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말하지 않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말해서는 자신의 르상티망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상징에 지나지 않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이라는 개념을 끌어내 파스타 체인점과 가치를 비교하고 나서 자신은 후자를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자를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내세우는 데 중점을 둔 행동이다. 이는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판단을 뒤바꾸려고 한다’는 니체의 지적과 완전히 일치한다. 니체의 주장을 덧붙이자면, 르상티망을 가진 사람은 르상티망에 기인한 가치판단의 역전을 제시하는 언론 등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니체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설파한 『성서』를 그 전형적인 콘텐츠로 꼽는다. 그 밖에 노동자는 자본가보다 뛰어나다고 주장한 『공산당 선언』도 같은 맥락에 있다. 『성서』와 『공산당 선언』 모두 전 세계에 폭발적으로 보급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르상티망을 품은 사람에게 가치의 역전을 제안하는 것을 일종의 '킬러 콘셉트 killer concept'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성서』의 애독자이기도 한 나는 니체의 지적에 모두 수긍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고대 이래 철학자의 저서를 비롯한 수많은 킬러 콘텐츠들에 당시 중요했던 가치판단을 역전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가치판단의 역전’이 단순히 르상티망에 기인한 것인지, 더 숭고한 문제의식에 뿌리를 둔 것인지 우리는 잘 판별해야 한다. 그러려면 르상티망이라는 복잡한 감정과 그 감정이 불러일으키는 말과 행동의 유형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부를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너무 신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를 얻을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 부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부를 얻게 되면 그들만큼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은 없다.
프랜시스 베이컨 베이컨 수상록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1844~1900)
독일의 철학자이자 고전 문헌학자. 현대에는 실존주의의 대표적인 사상가로 유명하다. 박사 학위도 교원 자격증도 없는 채로 스물네 살의 젊은 나이에 스위스 바젤 대학교의 고전 문헌학 교수로 초빙되었지만 첫 번째 책인 『비극의 탄생」이 학회로부터 무시당한 데다 건강상의 문 제까지 겹쳐 대학을 사직한 후에는 재야의 철학자로 일생을 보냈다. 니체의 문장은 독일어 산문의 걸작으로 손꼽혀 독일에서는 국어 교과 서에도 자주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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