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Underliner: 두려움 없는 조직

영문 부제는 ‘Creating Psychological Safety in the Workplace for Learning, Innovation, and Growth’라고 되어있고우리말 부제는 ‘심리적 안정감은 어떻게 조직의 학습, 혁신, 성장을 일으키는가?’로 되어있다.

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리말 버전은 ‘Psychological Safety 가 학습, 혁신, 성장을 만든다’는 뉘앙스, 즉, 인과관계 관점이 강하다면 영문 버전은 상관관계 정도 이상의 해석은 허락하지 않는다. 본문도 마찬가지다. PS가 보장되지 않았을 때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에 대한 사례가 풍부하게 제시(노키아, 폭스바겐, 컬럼비아 호…)하는  동시에 PS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심리적 안정감이 보장된다고 해서 높은 성과가 자동으로 따라오는 건 아니다. 아니 결단코 그렇지 않다.’ p 145)

개인적으로 꼽는 이 책의 핵심은 ‘심리적 안정감에 대한 몇 가지 편견들’이라는 챕터다. (pp 138-145)  그중에서도 ‘심리적 안정감이 성과의 기준까지 낮추진 않는다’라는 대목이 흥미롭고 논쟁적인데 애석하게도 심리적 안정감과 높은 업무 수행기준이 공존하는 조직에 대한 이야기와 이를 위한 방법론은 상대적으로 꼼꼼하지 않은 편이다. 이 대목의 몇몇 문장을추려본다.

  • 심리적 안정감은 친절함이나 상냥함과 거리가 멀다. 비슷한 맥락으로 편안함이나 안락함을 뜻하지도 않는다. 오히려듣기에는 조금 거칠고 쓴 말일지라도 생산적인 갈등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
  • 심리적 안정감과 신뢰감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지만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방향성이다. 심리적 안정감은 특정 개인이 아닌 ‘조직 전체’를 향한 감정이다…. ‘신뢰감’은 특정 조직이나 개인을 향해 기대하는 장기적인반응과 관계가 있다면 ‘심리적 안정감’은 좀 더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반응과 관계가 있다…. 문제 제기의 혜택이 타인을 향해있다면 이는 신뢰감과 관련이 있고 그 혜택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면 심리적 안정감과 관련이 있다..
  •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고 해서 업무 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마감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구성원에게까지 면죄부를 준다는건 아니다.
  • 오늘날 수많은 관리자가 심리적 안정감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업무 수행 기준을 낮추진 않을까 우려한다. 모두 심리적 안정감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탓이다…. 심리적 안정감과 업무 수행 기준이 서로 별개의 영역이라는 걸보여주는…
  • 심리적으로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문제를 충분히 예방한다. 또한 가치 있는 목표를 세워지속적으로 공유하면서 다듬어가는 과정을 통해 직원들이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 지식 기반 산업에서는 예전처럼 공장의 조립 라인을 확인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구성원의 역량을 평가할 수는 없다… 리더는 조직을 감독하는 동시에 다양한 영감과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구성원에게 보람 있는 경험을 만들어주고 동기를 부추겨야 한다. 또한 조직 안에서 각종 도전 과제와 우려 사항, 기회에 관해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환경을 구축해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 역시 오늘날 리더에게는 가장 중요한 임무다.

‘Psychological Safety’을 ‘심리적인 안정감’이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맞지 않는 것 같다.(그래서 직접 인용이 아닌문장에서는 ‘PS’라고 표기했다.)

망한(크게 사고를 친) 기업을 리뷰할 때 유력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론/방법론인 반면에 무언가를 성취하는 유력한 방법론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위기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론, 논리로는 훌륭하다.)

그 밖의 언더라인

  • 진정한 의미의 실패는 실패한 현실 그 자체와 실패 후에 성장하게 될 모습까지 모두 인정하는 것
  • 인간은 사회적 상호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여러 정보를 조정하고 통제함으로써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려 한다. (어빙 고프먼)
  • 직장에서 의견을 제시할 때 작동되는 암묵적 규칙(p 53)
  • 프레임은 ‘실제로 일어난 상황’에 우리의 ‘가정과 믿음’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
  • 실패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 ‘예방 가능한 실패’, ‘복합적 실패’, ‘창조적 실패’로 구분
  • 지금껏 리더는 정답을 갖고 있는 사람, 지시하는 사람, 그리고 지시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 내용을 평가할 수 있는사람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프레임에서는 리더를 제외한 모든 직원이 그저 주어진 지시에 순응하는 ’부속품’에 지나지않는다.
  •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려드리죠. 엔지니어를 비롯해 모든 임직원을 회의실로 소집합니다. 그리고는이렇게 선포하세요. “형편없는 구닥다리 모델은 이제 지겨워! 앞으로 6주의 시간을 줄 테니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을뽑아오도록! 당신들 이름은 여기 다 있어. 6주 후에 제대로 된 게 안 나오면 모두 쫓겨날 각오해!” (포르셰의 손자이면서폭스바겐의 전 회장이자 최대 주주인 페르디난도 피에히의 심리적으로 불안한 환경을 조성해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
  • ‘자신감’과 ‘겸손’이 서로 반대되는 말은 아니라는 것…. 지식과 역량이 충분한 리더라면 가식적인 겸손을 보여주는것보다 오히려 자신 있는 모습을 드러내는 게 훨씬 효과적… 겸손은… 내가 모든 답을 알고 있지는 않으며 내 말이 곧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
  • 대안 범위의 확장을 위한 질문 (우리가 놓친 건 없을까요?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누구 다른 생각을 가진 분없나요?)
  •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한 질문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죠? 사례를 들어줄 수 있나요?
  • 여러분 제 말에 집중하지 않으셨군요. 모두가 찬성하는 의견은 있을 수 없습니다. 반드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모두 처음으로 돌아가 제 의견과 반대되는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p 126, MTV 설립자 밥 피트먼)
  •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고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웰스파고의 직원들은 반대가 용납되지 않는 환경에서 근무했고 경영진은 그런 그들에게 오직 하나의 메시지만 주입했다. ‘팔아라, 못 팔면 해고다!’
  •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의 규칙. 첫째, 평가 내용은 반드시 건설적이어야… 둘째, 브레인트러스트에서 나온 의견은 단지제안일 뿐 확실한 처방이 아니다. 윗선의 지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도 아니다. 영화의 최종 책임은 감독에게 있으며…. 셋째, 평가는 흠을 들춰내는 과정이 아니다. 영화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 생각을 발전시키는 데 동료들의 조언은 꼭 필요하며 그 조언은 당사자가 입 밖으로 꺼냈을 때만 유효하기 때문
  • 당시 우버를 지배하던 핵심 가치는 ‘강한 열정’이었다. 이는 ‘할 수 있다’는 자세와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마음가짐을 포함하며 야근 등 장시간 근무가 이에 해당했다. 또 다른 핵심 가치는 ‘대범한 실행’이었다. ‘허가를 얻기보다는 용서를 비는 게 낫다’는 신념이다.
  • 회의가 늘어지는 이유는 간접적인 화법과 은근한 비판, 사적인 빈정거림이 오갔기 때문이었는데 그 결과로 몇 시간이면 결정날 사안이 몇 달씩 지연되곤 했다.
  • ‘여전히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강조하면서 독불장군처럼 굴지만 성공하는 리더’에 대한 재반박 관련 내용 (pp 222-223)
  • 자동차 업계의 제왕으로 불린 헨리 포드는 이렇게 불평했다. “아니 손발만 들고 오랬더니 왜 머리까지 달고 오는 거야!”

Homo Underliner: 최명길 평전

조선시대 왕의 사과문

* 1637년 1월 30일, 남한산성을 나온 인조는 홍타이지에게 세 번 큰절을 올리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례(三跪九叩頭禮)’를 행한다. 같은 해 2월 19일, 민심의 동요가 심상치 않자, 인조는 백성들에게 아래의 사과문을 발표한다.

“덕이 부족한 내가 대위에 있은 지 이제 15년이 되었다. 운명이 험한 데다 국사에 어려움이 많아 잇따라 변고를 당해 두 번이나 파천했으니 백성들에게 해독을 끼친 것이 이미 적지 않은데, 하늘이 바야흐로 재앙을 내림에도 과거의 간난을 반성하지 못했다.
돌아보건대 내가 깊이 통탄하는 것은 여기에 있지 않다. 백성을 기르는 직책에 있으면서 스스로 도를 잃어 나 한 사람의 죄 때문에 만백성들에게 화를 끼쳤다. 난을 구하러 달려온 군사들을 전쟁터의 원혼이 되게 했고, 무고한 백성들을 모두 이역의 포로가 되게 하여 아비는 자식을 보호하지 못하고 남편은 아내를 보호하지 못해 곳곳에서 가슴을 치며 하늘에 호소하게 했으니, 백성의 부모 된 자로서 장차 누구에게 책임을 돌릴 것인가? 이 때문에 고통과 괴로움을 머금고 오장이 에는 듯하여 밤중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제 묵은 폐단을 통렬히 징계하고 가혹한 정치를 모두 없애며, 사사로운 당파를 제거하여 공도를 회복하고, 농사에 힘쓰고 병졸들을 쉬게 하여 남은 백성을 보전하려 한다. 아, 너희 팔도의 사민과 진신대부들은 나의 부득이했던 사연을 양해하고 이미 지나간 잘못 때문에 나를 버리지 마라. 상하가 합심하여 어려움을 널리 구제함으로써 천명이 계속 이어져 우리 태조와 태종이 남기신 유업을 떨어뜨리지 말도록 하라.”
한명기, <최명길 평전>

서울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 프로젝트(2014)를 진행할 때 (지방)정부의 사과문이 포함해야 할 요소에 대해 정리한 적이 있었는데 대략 이런 내용들이었다.


– Care/Concern;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 대한 염려와 걱정
– Action;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취할 조치
– Perspective; 위기에 대한 해석/전망

인조의 사과문은 2014년에 작성된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제대로 된 사과문이다. 300년 이상의 시간적 격차와 군주제와 공화제라는 정체(政體, regime) 차이를 고려한다면 당시로서는 꽤나 파격적인 사과문이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당시의 백성들에게 위안이 되지는 못했을 것 같다.

시인 김소연은 <마음사전>에서 이렇게 적었다.


‘처참함은 너덜너덜해진 남루함이며 처절함은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괴로움이며 처연함은 그 두가지를 받아들이고 승인했을 때의 상태다. 처참함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정황이라면 처절함은 차마 손댈 수 없는 정황이며 처연함은 눈뜨고 볼 수도 있고 손을 댈 수도 있지만 눈길도 손길도 효력이 없으리란 걸 알고 있는 상태다…. 처참함 때문에 우리는 죽고 싶지만, 처절함 때문에 이 악물고 살고 싶어진다. 처연함은 삶과 죽음이 오버랩되어서 죽음처럼 살고 삶처럼 죽게한다.”

처참과 처절과 처연이 중첩된 1637년의 조선 백성들에게 인조의 사과문은 무슨 의미였을까? 아무런 위로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한명기 교수의 <병자호란>과 이번에 새로 나온 <최명길 평전>을 읽어보면 정말이지 끔찍하다. 진짜 ‘헬조선’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전문영역의 하나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이 디폴트인 세상에 살고 있으니 존재의 이유는 여전하겠지만 그럼에도 개운치 않다.

Homo Underliner: 정확한 사랑의 실험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세 단계를 차례로 밟아가는 일이다. 그 세 단계를 각각 ‘주석’ ‘해석’ ‘배치’라고 명명할 수 있다. 우리는 우선 텍스트가 다루고 있는 것들의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하고(주석), 확인된 사실에 근거해서 텍스트의 ‘의미’를 추론해내야 하며(해석), 이렇게 추론된 의미가 어떤 ‘의의’를 갖는지를 평가하면서 그 텍스트가 놓일 가장 적절한 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배치).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정확한 사람의 실험]을 읽다가 그가 하는 일(읽기와 쓰기)과 내가 하는 일(인터뷰와 퍼실리테이팅, 컨설팅)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쉽게 ‘유죄추정의 원칙’에 몸을 싣는다.

그러하다. 이하의 인용도 역시 그러하다.

좋은 이야기는 어떤 인물에게 성격을 부여하느라 투자한 노력을 대개는 회수한다.

많은 훌륭한 이야기들의 원천이 대체로 인간의 행복이 아니라 불행인 것은 왜인가. 말년의 프로이트는 인간이 행복해지기보다는 불행해지는 데 더 많은 재능을 타고났다는 사실을 착잡하게 인정해야만 했다. “인간을 행복하게 하려는 의도는 ‘천지창조’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문명 속의 불만], 1930, 2장) 세 종류의 고통이 우리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이라는 것. 자주 고장나고 결국 썪어 없어질 ‘육체’, 무자비한 파괴력으로 우리를 덮치는 ‘세계’, 그리고 앞의 두 요소 못지않게 숙명적이라 해야 할 고통을 안겨주는 ‘타인’이 그것들이다.

저자와 나의 공통 관심사는 유의어, 사이비(나쁜 의미가 아니라 ‘유사하나 같지 않은’은 의미로서) 사이에서 정확한 개념과 명칭, 구조를 찾는 것

사랑이 그것과 유사한 것으로 간주될 여지가 있는 본능, 충동, 욕망과 다른 것이라면 사랑이라는 감정 혹은 행위의 고유한 구조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제 여기서는 욕망과 사랑의 구조적 차이를 이렇게 요약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세계다. 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나의 ‘없음’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 너의 ‘있음’이 마침내 없어지면 나는 이제는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애도mourning와 우울melancholy은 사랑해오던 대상을 상실했을 때 주체가 보이는 반응이라는 점에서는 일단 같다. 그러나 애도가 대상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그 대상에 쏟았던 에너지(리비도)를 철회하여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라면(그래서 ‘애도 작업’이나 ‘애도 기간’ 같은 말이 성립될 수 있다), 우울은 대상의 상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을 그 대상과 동일시하면서 자기 파괴적인 무력감에 사로잡히는 경우다(그래서 애도와 달리 우울은 병리적인 현상이며 치료의 대상이 된다). 세부 논증은 생략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우울의 경우 ‘상실’과 ‘자학’이 맺고 있는 이 기묘한 관계는 섬세한 해석의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는 점이다.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다. 빙산의 수면 밑에 있는 것이 나의 ‘본질’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 가능한 영역이 ‘진짜 나’다. 텍스트를 다루는 저자는 ‘형식’이라고 했지만 내 세계에서는 ‘behavior’다.

보통의 개성은 어디에 있는가. 그의 ‘내용’보다는 ‘형식’쪽을 따져보는 게 옳을 것이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무렵에 아래와 같은 지점에 이르게 되면 결과는 거의 좋았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부정확한 사랑의 폐허로 보이겠지만,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변명할 수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

아래의 짧은 문장이 요즘 내게 필요한 메시지였던 것 같다.

삶에 희망이 있다는 말은, 앞으로는 좋을 일만 있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의 지난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항상 회의적(skeptical) 자세를 유지하되 전체적으로는 낙관적 전망으로 삶을 사는 것. 이 모순의 매커니즘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것.

Homo Underliner: 평균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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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다.  책 표지에는 ‘교사, 학부모 필독서’라는 문구가 있다. 반면, 인터넷에서 검색한 두 가지 버전의 영문판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부제가 붙어있다. ‘How we succeed in a world tha values sameness'(동일성을 중시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성공하는 방법)와 ‘Unlocking our potential by embracing what makes us different’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을 받아들여 우리의 잠재력을 봉인 해제하기). 만약에 내가 이 책의 부제를 정한다면 ‘테일러즘은 어떻게 세상을 속여왔나’ 정도가 될 것 같다.

 

a world that values sameness

사회는 우리 모두에게 학교와 직장생활과 삶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정의 편협한 기대치를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모두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되려고 기를 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우리 모두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되되 더 뛰어나려고 기를 쓴다. (p 93)

존 D.록펠러가 기금을 대주어 설립된 이른바 일반교육위원회… 이 위원회가 1912년 테일러주의식의 자체적 학교 비전을 담아 발표한 논평의 일부 내용이다. “우리는 이 사람들이나 이들의 자녀들을 철학자나 학자나 과학자로 만들 생각이 없다. 우리는 작가, 연설자, 시인, 문인을 키우려는 것이 아니다.” (p 84)

테일러는 1906년 한 강연에서 …. “우리의 조직에서는 인간의 창의력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그 어떤 창의력도 필요치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시키는 대로 명령에 순종하고 시키면 바로바로 행동에 옮기는 태도입니다.” (p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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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Underliner: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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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중 일부]
자연은 거대한 시계 장치와 유사하다. 모든 것은 일목요연하게 질서를 이루고 있고 그것들이 서로 맞물려 있으며, 모든 존재에게는 정해진 자리와 역할이 있다…. 인간이 자연에 손을 대면 균형이 깨지면서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자연이 시계 장치보다 훨씬 복잡한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자연은 시계 장치의 톱니바퀴처럼 여러 부품으로 조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부품들은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이 네트워크는 워낙 촘촘히 짜여 있어서 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인간이 자연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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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Underliner: 창업가의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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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는 ‘모든 한정은 부정이다.’라고 했다.

재무, 인사, 생산, 구매, QC 등 기업 내 대부분의 부서는 그 역할과 의미가 보편적인 반면에 마케팅, 브랜딩 부서의 역할과 의미는 기업마다 제각각이다. 보편성보다 독특성이 더 지배적인 영역에서 일반화된 전략/규칙을 정의하고 발표하는 것은 욕심나는 작업이자 위험한 작업이다. 창업가의 브랜딩(우승우, 차상우 저)의 저자들은 이 욕심나는 위험한 영역에서 용감하게 ‘-하라’(명령문)의 형식으로 10개의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용감한 동시에 성실했다. 10명의 창업가의 충실한 인터뷰가 그 성실함의 증거다. 잘 준비하고 설계한 인터뷰는 상당히 흥미롭고 유익했다. 용감함은 성실함을 동반할 때 실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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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Underliner: 불만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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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적 인간을 예방하는 강단있는 자세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타이틀을 구성하는 부사를 모아보면 ‘적확하게, 삐딱하게, 솔직하게’이고 명사를 모아보면 ‘화법, 시선, 서사’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취업 시점과 신입사원 시절의 기억이 계속해서 소환되었다. 대략 20년 전의 나는 ‘사회화’의 길을 택했고 내 ‘화법, 시선, 서사’는 점점 ‘두루뭉실하고 안전하게 숨기는 방식’으로 변화(퇴화)해 갔다. 불합리하고 짜증나는 기성 질서와 기준에 내 가치 기준을 맞추기 위해, 불만에 무감각해 지기 위해 불만 감지 센서를 의도적으로 매우 둔감하게 세팅해 놓고 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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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Underliner: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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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이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면서 ‘신이 된 동물’로 변모하는 7만년의 세월을 담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압권이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사피엔스]는 이런 문장으로 끝난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는 이 질문의 연장선에 있다. 때문에 두 권의 책은 상, 하권으로 읽어도 큰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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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Underliner: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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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1년에 처음 출판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다. 저자 제프리 무어는 첨단기술 시장(특히 B2B)에 포커싱하면서 초기시장에서 주류시장으로 진입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한다.
책은 2개의 파트로 구성이 되어있고 각 파트의 맨 앞에는 짧은 요약문이 실려있다. 첫 파트인 ‘캐즘을 발견하라’는 다음과 같은 요약문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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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Underliner: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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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으뜸으로 생각하는 ‘좋은 독서 경험’은 글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경우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경험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내게 [82년생 김지영]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좋은 소설이었다. ‘재현 다큐멘터리’같은 특이한 구성의 이 책을 읽는 중간중간 내 머릿속에서는 나의 성차별적 언행을 재현하는 다큐멘터리가 동시에 상영되었다.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젠더 문제에 무지하고 무신경한 상태로 나는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했던가? 책 한 권을 통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인식, 성찰, 가능성을 얻게되는 것은 항상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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