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이란 무엇인가

“분노나 폭력이나 강제는 위력이 잘 작동할 때보다는, 위력이 자신의 실패를 절감할 때 나타나는 징후이다.”

“난 곧 깨달았다. 이 선생님들께서 내 논문을 읽지 않고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을. 선생이 논문을 채 다 읽지도 않은 채 심사를 하려 드는 것은 학생이 논문을 채 다 쓰지도 않고 심사를 받으려 드는 일만큼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나는 웃는 돌처럼 무기력하게 앉아 있었다. 한일합병의 순간에도 시간은 유유히 흘렀던 것처럼, 그 순간에도 시간은 흘렀고, 나는 목례를 하고 걸어 나왔고, 마침내 논문은 심사를 통과하였다.”

“유학 도중의 어느 날, 방문학자로 와 있던 한국의 유명 대학 교수가 자신의 논문을 읽어보고 견해를 말해 달라고 청했다. 그리고 나는 논문을 읽고 그 논문에 대한 이견을 명랑하게 개진했다. 그런데 내 견해를 들은 그는 다짜고짜 화를 냈다. 화를 내며 반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화를 냈고, 분위기는 창난젓이 되었다. 그는 화를 냈을 뿐 내 의견에 어떤 반론도 하지 않았기에, 내 견해에 대해 화를 낸다기보다는, 논문 찬양극에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해 분노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에서 어느 대학원생 하나가 원로교수의 위력에 저항했던 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당시 등록금 명세서에 보면 ‘개인 지도비용’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지도교수와 학생 간에 이루어지는 개인적인 지도를 비용으로 계산하는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어느 날 교정을 걷던 원로교수를 불러 세우고는, 당신이 나한테 개인적으로 지도한 적이 단 1분도 없는데, 왜 이 돈을 받습니까, 라고 따졌던 것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242030005&code=990100#csidx8aa5fddb65c4c5d95287a9cf42b0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