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작별하는 방법

#1.
마리아 사라포바. 32세. 오늘 은퇴했다. 나이키의 트윗 계정이 고른  마리아 사라포바의 사진은 예쁘게 웃는 얼굴이나 환희에 차있는 챔피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텐션 가득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사라포바의 얼굴은 보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지 않는다. 은퇴하는 선수에게 어울리는 사진(수고했어요! 사라포바. 이런 느낌)은 분명 아니다. 흑백의 마리아 사라포바 얼굴 위에 뿌려진 하얀 텍스트를 읽어보면 나이키의 의도가 명확해진다.   

사람들은 네가 더 웃기를 원했어.
사람들은 네가 좀 더 공손해지길 원했어.
사람들은 네가 좀 더 부드럽게 악을 쓰길 원했어.
사람들은 네가 경기에서 이겼을 때 덜 공격적이기를 원했어.
사람들은 네가 실수를 했을 때 뒤로 물러서길 원했어.
하지만 너는 단지 게임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선수가 되는 대신?
게임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었지.

(번역에 도움을 주신 THE LAB h 김호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미모의 여성 테니스 선수는 커리어 내내 세상의 편견, 선입견, 암묵적 강요에 직면했다. 나이키는, 이에 질식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었던 마리아 사라포바에 경의를 표하면서 그녀와 작별했다. 정상급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에는 동시대의 시대정신이 잘 녹아있다.

#2.
얼마 전 코비 브라이언트가 갑작스러운 헬기 사고로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나이키의 트윗 계정은 사고 당일 코비 브라이언트의 부고를 전하며 애도를 표했다. 전혀 준비된 부고가 아니었겠지만 이미지도 ,텍스트도 훌륭했다. 추도사에 포함된 이 문장이 진심이었기에 가능한 속도이고 퀄리티 아니었을까. (He was a beloved member of the Nike family.) 정상급 브랜드는 계약관계 이상의 관계를 맺는다.

#3.
검은 화면에 Forever라는 하얀 텍스트가 고정되어 있다. Forever와 댓구를 이루는 20여개의 텍스트가 코비 브라이언트의 삶, 농구를 기록하고 기억한다. 1분 56초 분량의 코비 브라이언트 연대기. 그의 기념비적인 순간과 키워드가 당시의 사운드 클립, 인터뷰와 함께 점멸한다. 보여주고 싶었을 경이적이고 화려한 장면들이 10테라는 족히 넘었을 텐데 몽땅 다 날려버렸다. 검은 배경과 하얀 텍스트로 오로지 코비 브라이언트에 집중했고 그들은 완벽히 성공했다. 2월 24일에 나이키가 공개한 코비 브라이언트 추모 동영상은 코비의 팬이 아니며 심지어 농구 팬도 아닌 나 같은 사람까지 울컥하게 만든다.  정상급 크리에이터가 제일 잘 사용하는 수학 기호는 -, 빼기다. (위대한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의 명복을 빈다.)